겨울이라 밖에 있던 자잘한 화분들을 집안에 들여놓아 두고 있는데 그 중 하나에 섬노루귀, 소엽풍란, 석위 등과 함께 부처손이 심겨져 있다. 가을에 화원에서 얻어 심은 것이다. 화원 주인이 일러주길 매일 물을 뿌려주어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어디 그게 쉬운가. 매일 집안에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며칠에 한번 생각날 때 물을 주곤 하니 말려 오므라진 잎이 펴지질 않는다. 겨울이라고 집안으로 들여놓으니 마치 말라죽은 것처럼 모양새가 더욱 위축되었다.
부처손은 부처손과에 딸린 늘 푸른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이 오므라졌을 때 그 모습이 주먹을 쥔 손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한자로 권백(卷栢)이라 불린다. 또는 펴진 잎 모양이 측백 잎을 닮았다하여 지측백이라 불리기도 한다. 또는 생명력이 몹시 질긴 것에 빗대어 만년초, 장생불사초, 회양초(回陽草)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각처 고산 바위 면에 붙어 자란다. 높이 20cm 내외로 가지는 편평하게 갈라지고 앞면은 녹색, 뒷면은 다소 흰빛을 띤다. 습기가 없을 때는 말려 오므라들었다가 습기를 만나면 다시 활짝 펴진다.
길이 1.5∼2mm의 비늘 조각 같은 잎이 앞뒤 4줄로 밀생하여 빽빽하게 가지를 이룬다.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꽃을 피우지 않는 대신 고사리처럼 포자낭을 통해 무성번식한다.
올해 초 통영의 사량도와 남해 설흘산을 찾아 등산할 때 능선 부위의 암릉구간에서 바위사면에 빼곡히 자라고 있는 부처손을 만났다. 설악산과 내변산의 암릉 구간에서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춥거나 건조한 때여서 활짝 핀 모습을 제대로 보진 못했다.
구례읍내에서 구례구역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에 야생화원이 있는데 이곳에선 자연암석에 석부작으로 꾸며놓은 부처손이 많이 있다. 하우스 안이라 온도가 높고 물을 매일 주어 그런지 활짝 핀 부처손이 그지없이 싱그럽다.
부처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지에도 분포한다. 관상용으로 개발된 것만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권백(卷栢)이라 하여 부처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성질은 따뜻하고[溫] 평(平)하다.(약간 차다[微寒]고도 한다) 맛이 맵고[辛] 달며[甘] 독이 없다. 여자의 음부 속이 차거나 열이 나며 아픈 것, 월경이 없으면서 임신하지 못하는 것, 월경이 통하지 않는 것 등을 치료한다.
여러 가지 헛것에 들린 것[百邪鬼魅]을 없애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헛것에 들려 우는 것을 낫게 한다. 탈항증(脫肛證)과 위벽증(위벽證)을 치료하고 신[水藏]을 따뜻하게[煖] 한다. 생것을 쓰면 어혈을 헤치고[破] 볶아 쓰면 피를 멎게 한다.
음력 5월, 7월에 캐어 그늘에서 말린다. 모래와 흙이 붙은 밑동은 버리고 쓴다.’
안덕균씨는 그의 <원색한국본초도감>에서 부처손에 대해
‘부처손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부처손, 바위손의 지상부이다. 맛은 맵고 성질은 평하다. 효능은 지혈, 활혈, 통경한다. 볶아서 쓰면 각종 출혈증상을 치료하므로 토혈, 대변 출혈, 자궁 출혈에 유효하다. 생것으로 쓰면 혈액순환을 활성화시켜 월경이 없을 때나 월경통에 효력을 나타낸다. 타박상에도 어혈과 통증을 풀어 준다.’ 고 기록했다.
토종약초연구가 최진규씨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부처손을 이용해 다양한 암치료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방사선 요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막는 데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갖가지 암에는 부처손 30∼60그램을 물 1되에 넣고 물이 반이 될 때까지 달여서 하루에 3~4번 나누어 마신다. 암으로 인한 출혈을 막는 데에도 좋다고 한다.
집에서 관상용으로 부처손을 기르자면 암석에 얹어 키우는 석부작 형태가 일반적이다.
번식은 2~3년 된 묵은 포기를 나누어 심거나 장마철에 포자낭에서 싹튼 어린 싹을 옮겨 심는다. 장마철에 저절로 떨어진 잎을 부엽토에 꽂아주어도 뿌리를 잘 내린다고 한다.
빨리 봄이 되어 활짝 편 싱싱한 부처손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6.12.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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