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있는 몇 그루 매실나무에 싱그러운 빛깔의 매실이 탐스럽게 영글었다.
올봄 꽃 피는 시기에 냉해가 있어 걱정했는데 이후 날씨가 좋아 예년만큼의 수확은 거둘 것 같다. 황토분말과 김칫국물, 매실원액 등을 물에 희석해 서너 번 정도 뿌려주었더니 병충해 피해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광양, 하동 등 남부지방에선 이른 경우 5월말부터 매실 수확에 들어가 6월 중 대부분을 수확한다. 시설원예를 제외하면 과실 중에선 가장 빨리 수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매실은 열매에 중점을 두면 매실나무, 꽃에 비중을 두면 매화나무라고 부른다.
원산지는 중국의 사천성과 호북성의 산간지로 알려져 있다. 가장 오래된 중국고서 중의 하나인 「시경(詩經)」에 매실에 대한 기록이 여럿 있고, 전국시대 묘에서 매실 씨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약 3천 년 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사기 고구려 대무신왕24년(A.D 41년)조에 ‘매화꽃이 피었다(梅花發)’ 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매실나무는 오랫동안 꽃과 열매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재배되어 왔다.
먼저 꽃인 매화(梅花)에 대해 알아보자.
남부지방에선 2월말부터 일부 꽃이 피기 시작해 3월 중순이면 만개한다.
은은한 매화 향과 단아한 꽃잎은 이른 봄, 봄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의 설레는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다. 섬진강을 따라 좌우 산자락이 만발한 매화로 하얗게 물들면 비로소 봄이 왔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매화는 꽃받침조각이 5개로서 둥근 모양이며, 녹색인 것과 팥색인 것이 있다.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며, 품종에 따라 꽃잎수와 꽃색깔이 다르다.
꽃잎이 흰 것을 백매화(白梅花), 붉은색의 것을 홍매화(紅梅花)라고 한다. 여기에 꽃잎이 겹으로 피면 앞에 ‘만첩’이라고 붙여 만첩홍매화, 만첩백매화라 부른다. 가지가 능수버들처럼 늘어지면 역시 이름 앞에 ‘능수’라고 붙인다.
조선 초 강희안(姜希顔)은 「양화소록(養花小錄)」이란 자신의 원예서에서 ‘매화는 운치가 있고 품격이 있어 고상하다’는 말로 모든 화목의 으뜸으로 삼았다. 엄동설한, 추위에 굴하지 않고 먼저 꽃을 피어 봄을 알리는 매화의 모습을,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을 것이다.
순천 선암사의 오래된 흙담을 따라 줄지어 선 홍매는 그 향기만큼이나 그 속에 옛 자취가 담겨있는 것 같아 더 아름다워 보인다.
다음은 열매인 매실에 대해 살펴보자.
열매 색이 푸른 청매의 시큼한 맛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매실이란 이름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돌게 된다. 오죽했으면 중국의 「삼국지」에도, 조조가 행군 도중 물이 떨어져 고통을 겪고 있는 병사들에게 앞에 있는 산을 가리키며 조금만 가면 매실나무 숲이 있다는 말로 병사들의 갈증을 잊게 만들었다는, ‘망매지갈(望梅止渴)’의 고사성어가 전할까.
매실은 수확시기와 가공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껍질이 연한 녹색이고 아직 과육이 단단하며 신맛이 강한 것을 청매(靑梅)라고 한다. 청매가 익으면 노란 빛을 띠는데 향이 좋다. 이걸 황매(黃梅)라고 한다.
청매를 증기에 쪄서 말린 것을 금매(金梅)라 하며, 옅은 소금물에 청매를 하루 밤 절인 다음 햇볕에 말린 것을 백매(白梅)라 한다. 청매를 따서 껍질을 벗기고 나무나 풀을 태운 연기에 그을려 만든 것을, 까마귀처럼 검다하여 오매(烏梅)라 한다.
오매와 백매는 오래전부터 약재로 이용되어 왔다. 오매는 폐기를 수렴시켜 기침과 해수를 멎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하며 진액 부족으로 인한 갈증에 사용하고 회충으로 인한 구토와 복통을 낳게 한다. 소화불량과 식용부진에도 효과가 있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매실 열매는 과육이 약 80%인데, 그 중에서 약 85%가 수분이며 당질이 약 10%이다. 무기질·비타민·유기산(구연산·사과산·호박산·주석산)이 풍부하고 칼슘·인·칼륨 등의 무기질과 카로틴도 들어 있다. 그 중 구연산은 당질의 대사를 촉진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유기산은 위장의 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식욕을 돋우는 작용을 한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피로회복에 좋고 체질개선 효과가 있다. 특히 해독작용이 뛰어나 배탈이나 식중독 등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며, 신맛은 위액을 분비하고 소화기관을 정상화하여 소화불량과 위장 장애를 없애 준다. 변비와 피부미용에도 좋고 산도가 높아 강력한 살균작용을 한다. 최근에는 항암식품으로도 알려졌다.’ 고 한다.
그러나 설익은 매실의 경우에는, 씨껍질이 쉽게 물러져 시안산이라는 독성 물질을 배출한다. 때문에 청매로 매실원액이나 매실주 등을 담글 경우에는 씨가 단단히 여문 것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같은 청매라도 품종에 따라 빛깔과 크기가 다르므로 보통 6/6일 망종 이후에 출하되는 것을 고르되, 이빨로 깨물어 보아 씨가 깨어지지 않는 것을 고르면 된다.
약효보다는 향과 맛에 비중을 두고 매실을 찾는 사람이라면 황매로 담그는 것을 추천한다. 대신 황매는 과육이 무르므로 매실원액이나 매실주가 탁해지지 않도록 담그는 기간을 잘 조절해야 한다.
| ⓒ www.jadam.kr 2007-06-08 [ 유걸 ] 품종에 따라 청매실모양이 다르다(좌:남고, 우:고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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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원액 담그는 요령은 사람마다 다르다.
간단히 적어보면, 씻어 물기를 뺀 매실과 매실무게 이상의 설탕을 항아리나 유리병에 시루 얹듯 2/3정도 켜켜이 쌓고 마지막에 설탕으로 매실을 완전히 덮는다. 흑설탕을 사용하면 매실특유의 향이 감쇄되므로 백설탕 또는 황설탕을 적절히 섞어 사용한다.
중간에 두서너 번 가라앉은 설탕을 뒤집어 주고, 2~3개월 정도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육안으로 보아 매실이 많이 쭈글쭈글해져 있으면 건더기는 건져내고 걸러 보관한다.
매실주 담그는 방법은, 첨부터 매실에 2~3배의 소주를 부어 3개월 정도 숙성시키는 방법과 매실원액 또는 매실원액을 만들고 꺼낸 건더기에 술을 부어 숙성시키는 방법이 있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 선호가 달라지겠지만 맛과 향은 본인의 경우 후자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매실원액을 담그고 건져낸 매실은 씨를 발라내고 잘라 고추장이나 된장에 박아 장아찌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7.06.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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