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숲은 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걷고 온 5월 하순의 지리산 주능선에도 제법 숲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고, 그 아래에는 온갖 야생초들이 그들의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게 중에 많이 눈에 띄던 것의 하나가 단풍취이다.

ⓒ www.jadam.kr 2011-05-25 [ 유걸 ] 줄기 중간에 긴 잎자루를 가진 4~7개의 잎이 돌려나듯 달린다

성숙한 잎 모양이 단풍잎을 닮았다 하여 단풍취인데, 산나물로 인기가 있다 보니 단풍취라는 이름 대신 어린순의 모양을 본떠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이곳 지리산 쪽에서는 처음 솜털을 달고 솟아나온 어린순의 모양이 게의 집게발을 닮았다 하여 게발딱주(딱주를 딱취라고 발음하기도 한다)라고 부르는데, 곳에 따라서는 개나 고양이의 발을 비유해서 개발딱주, 괴발딱취라고 부르기도 한다.

ⓒ www.jadam.kr 2011-05-25 [ 유걸 ] 어린순의 모양이 게의 집게발을 닮았다 하여 흔히 게발딱주라고 부른다

각처의 산에서 흔히 무리를 이뤄 자란다. 특히 숲속 참나무 그늘 아래 군락을 이룬 경우가 많다. 다 자라면 높이 35~80cm이고 원줄기는 가지 없이 곧게 선다. 긴 갈색 털이 드물게 있다. 줄기 중간에 긴 잎자루를 가진 4~7개의 잎이 돌려나듯 달린다.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끝이 7~11개로 얕게 갈라진다.

꽃은 7~9월에 잎 사이로 솟아오른 원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관 모양의 작은 꽃 3개가 여러 줄의 포로 이루어진 대롱 형태의 총포에 둘러싸여 각각이 엉성하게 꽃차례를 형성한다. 총포 끝은 붉은빛이 돌며, 흰색의 작은 꽃잎은 가늘게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휘날리듯 붙어 있다. 열매는 10∼11월에 익는다. 넓은 타원형으로 세로줄이 나 있고 갓털이 달려 있다.

ⓒ www.jadam.kr 2011-05-25 [ 유걸 ] 7~9월에 잎 사이로 솟아오른 원줄기 끝에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갓 돋아난 어린싹은 쌈으로 먹거나 데쳐 나물이나 비빔밥에 넣어 먹으면 좋다. 이름에 취가 들어가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취나물 특유의 향과 맛이 난다. 양이 많으면 장아찌나 묵나물로 만들어 두고 먹어도 된다. 봄철 산나물의 하나로 적지 않은 인기가 있음에도 단풍취의 성분이나 효능에 대해선 그다지 알려진 것이 없다.

취나물이 그렇듯 각종 무기물과 비타민이 풍부해 입맛을 돋우거나 춘곤증을 깨우는 데 효과가 있다고 짐작된다. 단풍취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의 아피제논(apigenin)과 쌉싸레한 맛의 원인인 세스퀴테르펜 락톤(sesquiterpene lactone) 등은 항산화 물질로 숙취해소 및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민간요법으로 단풍취를 류마티스관절염과 장염 등에 이용한다고 한다.

ⓒ www.jadam.kr 2011-05-25 [ 유걸 ] 숲속 참나무 그늘 아래 군락을 이룬 경우가 많다

지리산 산행 중에 지역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국립공원 주능선인데도 그 높은 곳까지 올라와 자루 가득 단풍취를 뜯고 있는 걸 보았다. 물론 개체수가 많으니 그것으로 단풍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판매 목적의 대량 나물 채취라면, 재배를 통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풍취 번식은 종자나 뿌리나누기로 한다. 종자에 의한 방식은 10~11월에 채취한 종자를 건조시켜 2월 초 15℃의 육묘상에 파종한다. 뿌리나누기에 의한 번식은 11월에 지하줄기를 채취해 두었다가 3월 중순에 나누어 심는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1.05.2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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